차세대 제조업, 청년 CEO가 리드한다! 청년 CEO 2인의 제조 창업 도전기
- Admin
- 2017년 9월 29일
- 6분 분량
조선업과 해운업이 휘청거린다. 전통적 의미의 제조업과 공장의 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달리 말하면, 판박이 대량생산과 해외공장 이전 등 단순 생산성에 의존하는 제조업의 영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조업은 국가의 경쟁력이고, 청년이 국가의 미래라는 명제는 바뀌지 않았다. 차세대 제조 스타트업의 청년 CEO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을 벗어나 첨단기술을 발굴하고 기술혁신형 기업으로 육성시키고 있는 주역이 청년 CEO들인 까닭이다. ㈜쓰리디박스의 정선필 대표와 ㈜에스제이폼웍스의 이상호 대표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석자 이상호 대표 (㈜에스제이폼웍스, 왼쪽) 정선필 대표 (㈜쓰리디박스, 오른쪽)
청년 CEO 제조업에 뛰어들다
대한민국 청년창업의 메카라는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CEO 두 분을 모셨다. 특히 차세대 제조업으로 손꼽히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소개를 부탁한다. 이상호 경기도 시화공단에서 폴리우레탄 발포폼 시트(이하 폼시트)를 제조하고 있다. 폼시트는 전자기기의 충격 완화와 실링에 적합하다. TV,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PC 등 디스플레이 뒷면에 부착하면 온도가 150℃까지 올라가는 패널을 보호해주면서도, 갈수록 얇아지는 디스플레이 추세를 따라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기존의 일본 수입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정선필 인천시 계양구에서 3D프린터를 제조하고 있다. 3D프린터는 제조업 자판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세상의 물건이나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계가 3D프린터다. 첫 개발제품은 ‘UV를 활용한 DLP 3D프린터’다. 기존의 3D프린터 대비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이미 창업 전에 UV 광선이 나오는 프로젝션을 개발해놓았는데 그것을 이용해 기존 3D프린터의 노광시간이 긴 단점을 UV 광선 촬영으로 해결했다. 단층촬영에 보통 4~5초가 걸리는 기존 제품에 비해 속도를 25배나 빠르게 개선했고, 작고 가벼운 중소형으로 개발했다.
그렇다면 창업 당시 개발한 사업 아이템은 현재 어디까지 진화됐나? 이상호 세계 최강의 디스플레이 제조사 삼성과 LG의 까다로운 제품 검증 절차를 무사통과했고, 삼성전자의 OLED 갤럭시 휴대폰 제품 모델에 장착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폭스콘,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의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고, 수출도 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중국 수출만으로 약 11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연말까지 2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정선필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미국의 이스트만사와 NDA(기밀유지 계약)를 체결했다. 3D프린팅 전용 특수 소재를 아시아 지역에 독점 공급하는 조건으로, 그에 맞는 신소재를 개발해 현재 치과에 필요한 의료용 3D프린터를 보급하고 있다. 말랑말랑한 틀니나 투명교정기, 임플란트 시술 시에 필요한 서지컬 가이드를 제조한다. 지난해에 기존 방식으로 교정기를 하던 업체와의 협업으로 1,800대나 팔았다. 올해도 순수치과용으로 1,500~2,000대 정도 직접 판매하게 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제품 성능이 월등히 개선됐고, 소재도 FDA 승인을 통과한 유일한 소재여서 독점 시장을 형성하리라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베트남 수출을 시작해서 기대가 크다. 간판제조 분야에 필요한 3D프린터도 인기가 좋다. 절곡이나 형상에 자유로운 3D프린터는 기존 간판업체들이 사용하던 벤딩 머신을 대체하고 있다. 매출은 현재까지 간판분야가 더 컸는데, 치과분야가 상상도 못할 만큼 늘어나는 추세다.
다행히 두 기업 모두 창업 후 데스밸리 시기를 잘 넘기고 있다. 이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정선필 창업 후 5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니 창업하기를 잘한 것 같다. 다만, 우리는 살아남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창업했던 3D프린터 제조분야 업체는 거의 다 사라졌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잘 버티기도 했지만, 이스트만사라는 세계적인 대기업과 계약하는 등 운도 따라주었다. 덕분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했다. 또 3D프린터로 진출할 수 있는 응용시장이나 전문시장에 대한 안목과 정보를 얻는데 든든한 힘이 되어준, 큰형님 같은 송승욱 이사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선박무선제조업체의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스타트업 교육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송 이사는 내가 젊은 CEO로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노련함으로 대체했다. 사실 제조업체는 뭐 하나 잘못 만들면 수억 원이 깨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송 이사 같은 인재는 젊은 CEO가 고스란히 돈으로 메워야 할 시행착오의 위험부담을 상쇄시켜준 고맙고도 꼭 필요한 존재다. 이상호 올해 창업 3년째다. 짧은 기간인데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 전에 이미 제조업에 15년간 몸담았던 경험 덕분이 아닌가 싶다. 마침 전 직장이 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성장했다. 그 과정을 꾸준히 지켜본 경험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되었고, 거침없이 사업을 추진하게도 했다. 사업 진행 단계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고, 필요한 인증도 창업 1년 이내에 모두 다 준비했다. 제조는 갑자기 시작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아이디어만 있을 경우, 그 다음에 해 볼 수 있는 분야라야 임가공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미 많은 임가공 업체가 존재하고, 대부분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부품소재를 가져오는 게 현실이고, 기술에 대한 비밀 유지가 동반되어야 하니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실효성이 낮다. 그러므로 틈새를 찾아야 하고, 독점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제조분야를 찾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현장 경력이 최소 5년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넘보기 어려운 경쟁력을 갖추다
기본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제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청년 CEO가 갖춰야 할 기본기라면 무엇을 들 수 있나? 이상호 청년 CEO라면 자본은 당장 없어도 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자본을 다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시설은 돈 벌어서 계속 투자하고 늘려가면 된다. 물론 초창기엔 굉장히 힘이 들었다. 기술은 있지만 기계가 없어서 그 기술을 평가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인정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다보니, 기술처럼 보이지 않는 노력에 대해서는 정부나 지원기관이 평가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그 관문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나라 제조업은 국가에서 평가 기준이나 관문을 잘 만들어놓은 편이다. 또한 그 관문을 통과하면 충분히 제조할 수 있을 만큼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력과 경력, 내 아이템에 대한 개선사항에 대한 대책, 또 제품을 장기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우월성을 보유한다면 제조업은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분야다. 정선필 다가올 시장을 기다리는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 원래 자동차분야와 관련된 사출 금형설계를 했다. 때문에 적층방식인 3D프린터가 금형의 생산성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금형과 비교하면 3D프린터 생산 가격은 적게는 10배, 많게는 100배까지 차이가 난다. 당장 가격경쟁력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치과와 간판 분야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이처럼 적합업종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측면에서 고객들의 오더메이드는 좋은 데이터베이스로 작용했다. 지금도 고객들이 끊임없이 3D프린터로 자신이 만들어보고 싶은 제품을 주문한다. 덕분에 제조업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시제품 제작을 다 해볼 수 있다. 자동차, 건축모형, 사출분야 등등 진짜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다 만들어보는데, 그런 제품을 주문해주는 고객이 곧 우리에게는 가장 큰 경쟁력이다.
그동안의 제조업이 대량생산 중심이었다면 차세대 제조업은 고객맞춤형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정 대표가 언급한 고객맞춤형 제품처럼 실제로 차세대 제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경쟁력은 어떤 것인가? 이상호 신생 제조업체로서는 인력 구하기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대기업만큼 월급을 줄 수 없기도 하지만, 공단 근무환경에 대한 구직자들의 편견이 심하다. 처음에는 인력난을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자동화를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회사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었다. 회사가 커지면 그에 따른 생산인력도 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술을 가르쳐놓은 생산인력이 유출되는 경우가 더 많다. 스마트 제조업이라면 더욱이 자동화는 필수 과제라고 생각한다. 거듭 주장하지만, 우리 같은 신생 제조업체가 자동화하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를 없애고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적어도 기계를 켜고 끄는 일은 사람이 하지만, 생산 과정을 모두 자동화하면 새벽에도 기계를 돌려 생산이 가능해진다. 즉, 누가 투입되어도 기계를 돌릴 수 있는 자동화는 안정적인 생산을 담보하는 방법이다. 정선필 우리 회사에는 구직자가 많이 온다. 1명 뽑으려 하면 이력서가 30장 이상 쌓인다. 하지만 인력을 많이 안 늘리려고 한다. 과거에 15명 있을 때와 현재 5명 있을 때를 비교해보면 오히려 현재 매출이 더 많다. 인력 문제가 아니라 운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재는 단순 부품이나 조립은 거의 외주 처리를 한다. 조립은 누가 해도 할 수 있게 다 설계를 해서 단순업무에 인력을 낭비하는 일을 줄였다. 제조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똑같은 성능을 내는 안정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관건이다. 그런 측면에서 노동생산성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자동화를 통해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제조업체가 될 때까지 달린다
스마트 제조업체로서 앞으로 제품의 경쟁력은 어떻게 갖춰갈 계획인가? 이상호 점점 더 얇으면서도 충격흡수를 좋게 하는 것이 숙제다. 상충되는 두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굉장히 어렵지만, 그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사업이 제조업이기에 힘들지만 재미도 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나오면 3만 번 구부려도 백화현상이 없는 디스플레이가 만들어질 것이다. 당연히 그에 맞게 충격흡수를 해주는 폼시트를 제작하는 것이 혁신 과제이자 방향성이다. 정선필 우리 회사는 필라멘트를 녹여서 다시 압출성형(고체화)하는 3D프린터(FDM)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은 다른 액체를 고체화하는 3D프린터 방식이 더 정밀하지만, 향후 FDM이 지닌 장점이 더 커질 것이다. 고체를 고체화시키기 때문에 수축률이나 강도가 강하고, 인체에 무해한 소재를 쓸 수 있다. 그 분야에서도 우리가 바라보는 시장은 현재 의료용이 제일 크다. 3D프린터는 인체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을 가진 도구다. 세상에서 가장 다양성이 요구되는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에 그 첫 사업으로 치아를 선택했다. 하물며 치아 하나하나 크라운 씌우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른데, 의료용 적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마지막으로 제조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청년 CEO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정선필 그간 해오면서 느낀 바는, 거대한 흐름은 조정을 할 수 없지만 그 흐름 위에서 서핑하듯이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사업분야가 성장을 하면 그쪽에 맞춰서 제품을 내고 그 흐름을 타고 가야지, 엔지니어적인 마인드에 빠져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제품은 아닌지, 그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상호 단시간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제조업에는 그 분야에서 수십 년씩 일해온 장인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개선만 하면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개선이 10번, 20번 쌓이면 제품이 되고 혁신이 된다. 반면에 단순하게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가졌다고 제조업에 덤비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제조업은 몸과 머리를 현장에서 써봐야 할 수 있음을 기억하라. 단기간에 제조업을 하려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제조업 관련 분야에 들어와서 일을 배우고, 거기서 아이디어도 내보고, 뛰어다니면서 부품도 사보고 영업도 해보고, 그 다음에 개선할 것이 있으면 제안도 해봐야 한다. 그래도 안 먹힌다 하면, 거기서 나와서 내가 복안으로 해봐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한다. 제조업은 5~10년 이상 빠져서 그 일을 지켜봤던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글·진행 박은주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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